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해설사의 친절 |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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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는 대구동구의 자원봉사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. 지난 2월 2일과 3일에는 대구시자원봉사센터와 8개 구군자원봉사센터 직원 57명이 포항에 1박2일로 연합연수를 갈일이 있었습니다. 둘째 날인 3일(토)은 오전에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를 탐방 하고 점심식사를 한 후 돌아올 예정이었는데 어쩌다가 포항에 아무런 연고가 없었던 제가 그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.
어쩔 수 없이 일본인 가옥거리 해설사분에게 당일 해설접수 확인을 하고 57명이 먹을 식당을 알아 봐달라고 부탁을 하게 되었습니다. 하필 부탁을 한 그날은 대구도 영하10도 아래로 떨어지는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날, 그러니 바닷가 포항도 추웠을 것은 불문가지였습니다. 그러나 그 여성 해설사분은 대단히 친절하였습니다. 그리고 1인당 1만원 상당의 저렴한 식사비용으로 57명이나 되는 단체손님이 들어갈 공간을 알아봐 달라는 저의 어려운 부탁에 그분은 그 찬바람과 추위에도 불구하고 직접 나가서 식당을 확인해보겠노라고 하였습니다. 그리고 그날오후 그분은 직접 그 음식을 먹어보고 와서는 버스를 주차할 공간과 식당음식 사진을 보내 오고 맛과 가격을 설명하였습니다. 그건 참 대단한 성의였습니다. 그 날은 대구의 낮 기온도 영하 4도의 강추위와 찬바람이 부는 날씨였지요. 그런데 낯선 남자의 전화 한 통화에 더욱 차가웠을 바닷바람을 맞으며 만 원짜리지만 맛있게 대접하려는 정성으로 음식점을 찾아다니고 직접 시켜먹고 맛을 본 후 사진들을 일일이 보내온 그 정성. 그리고 버스가 주차할 공간까지 사진으로 보내온 그 자상한 마음. 그건 참으로 감동적인 일이었습니다. 그리하여 드디어 그날 아침, 우리일행은 일본인 가옥거리를 방문하게 되었고 저는 그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하필 그 날은 다른 곳에 근무를 한다하여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. 하지만 그분은 근무자에게 연락을 하여 추위 속에 길을 찾아다니는 우리일행을 마중 나오도록 하는 친절까지 베풀었습니다. 그 후 점심시간에 들른 식당, 그날 먹은 아귀 탕은 추위와 숙취를 한꺼번에 풀어준 최고의 음식이었습니다. 모두들 음식점을 잘 골랐다고 제게 칭찬을 했지만 사실상 그 공은 얼굴도 모르는 그 해설사분이었습니다. 식사 후 돌아오는 버스에서 그 분의 문자가 왔습니다. 가이드는 잘 받았는지, 식사는 어떠했는지를 자상하게 묻는 질문들이었습니다. 저는 제가만난 어떤 공무원보다도 더 지역을 사랑하는 해설사분께 경의를 표시한다고 답장을 하였습니다. 포항에서 돌아온 후 며칠이 지났습니다. 지금도 한파주의보로 바깥에 나서면 칼바람이 불지만 그때마다 저는 그 칼바람 속에 식당과 주차장을 찾아 다녔을 그분의 정성을 생각합니다. 가족처럼 살가운 정을 느끼지만 사실 우리는 서로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인연이었습니다. 어딘가에 그분의 고마움을 표시 할 곳이 없을까 하다가 마침 이 공간을 발견하고 글을 씁니다. 주고받은 문자를 다시 살펴보니 마지막 문자에 그분의 성함이 있었습니다. 그분은 윤영숙 해설사였습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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